직장인 감성에세이_김차장의 인생 스토리 - 5장

직장인 감성에세이_김차장의 인생 스토리 - 5장

📘 5장. 내일의 김차장은 웃고 있다

어느 봄날 아침.
김차장은 예정보다 조금 일찍 눈을 떴다.
창밖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오고 있었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빛이 방 안을 은은하게 덮었다.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었다.
살랑이는 바람, 먼 산의 윤곽, 멀리서 들려오는 새 소리.
그 순간, 그는 아주 오랜만에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꼈다.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는 틈을 타
그는 주방으로 나가 조용히 커피를 내렸다.
예전 같았으면 아침부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회의 자료를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하고 있었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커피 향이 방 안을 채우는 동안,
그는 테이블에 앉아 노트를 폈다.
자신과의 대화를 위해 쓰던 일기장.
오늘 아침, 그는 짧게 적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를 이해했다.”

그 문장을 쓴 뒤, 그는 작게 웃었다.
거창한 깨달음도 없고, 인생이 뒤바뀐 것도 아니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삶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

 

그의 출근길은 여전히 반복되는 일상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 붉은 눈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직장인들,
그 속에서 김차장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나무들,
햇빛에 반짝이는 차창,
누군가의 졸린 어깨.

그는 더 이상 세상을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는 이제, 하루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낸다'.

 

회사에서도 김차장은 여전히 바쁘다.
보고서 데드라인은 촉박하고, 회의는 잦고, 책임은 여전하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모든 걸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어느 날, 회의 중 실수가 있었다.
자료에 숫자 하나가 잘못 들어가 있었고, 팀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예전 같았으면 김차장은 당황해하며 밤새 재정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렇게 말했다.

“실수입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사람이니까, 가끔은 실수도 하죠.”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피식 웃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 분위기 속에서도 당당했다.
실수를 인정하고도 주눅들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자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그의 변화는 후배들에게도 전염되었다.
누군가는 업무 후 조용히 먼저 퇴근하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김차장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잘 들어주었지만,
이제는 ‘들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낸 이야기로 후배를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버티는 게 아니라,
조금은 기대도 돼.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어.”

그는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정에서도 김차장의 변화는 깊었다.
이제 그는 아이들의 숙제를 함께 봐주고,
아내와 저녁 반찬에 대해 이야기하고,
주말엔 잠깐이라도 가족 나들이를 나선다.

아이들은 그런 아빠를 좋아한다.
어느 날, 둘째가 쓴 일기장을 보여주었다.

 

“아빠는 회사에서 힘들어도 나랑 놀아준다.

나는 아빠가 있어서 안 무섭다.”

그 문장을 읽고,
그는 마음 깊이 울컥했다.

아빠로서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아이에게 ‘안 무서운 존재’로 느껴지는 것만으로
그는 충분히 사랑받고 있었다.

 

하루는, 아내가 묻는다.

“당신은 지금, 행복해?”

그는 조금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예전보다 덜 무거워.
그리고 그게 요즘 내 기준에선 ‘행복’이야.”

아내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여전히 거칠고 투박했지만,
이제는 따뜻했다.

 

김차장은 이제 완전히 변한 사람은 아니다.
아직도 피곤한 날이 있고,
가끔은 출근길이 싫고,
회의 중 숨이 막히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그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예전엔 ‘왜 이렇게밖에 못 살지’라고 자책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오늘, 잘 버텼어.
내일도 그렇게 해보자.”

 

김차장의 내일은,
여전히 복잡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웃는다.
혼자 버티는 삶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는 삶으로 걸어가고 있으니까.

그는 더 이상 ‘누구의 차장’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는 '자기 삶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김차장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의 인생도 그렇다.